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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새롭게32

잘할 수 있을까 이왕 읽는 거 잘 읽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사교육비 절감도 어느정도 노렸다고나 할까. 독서지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한달이 지났다. 합격한 뒤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찌될지 잘 그려보지 못한채, 그저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을 저질러버렸다. 어찌하다보니 지도교사 입문과정 교육을 듣고있다. 내 아이를 가르치려면 어찌됐든 들어야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도교사 등록이 되어버리니, 딱 내 아이 둘만 가르칠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꿈을 꾸게 되었다. 이왕 시작하는거, 제대로 된 독서지도사 교사 노릇을 해볼까. 내가 사는 이 부근 아파트에는 선생님이 없다는데 내가 한번 이 구역을 꽉 잡아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러다보면 아.. 2021. 6. 27.
너희가 웃으면 엄마도 행복해 내가 어린시절 나고 자란 곳은 예전엔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던 곳이다. 저녁뉴스에는 항상 '영동 산간지방'으로 표현되던 곳. 큰 도시에 별로 나가본 일이 없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인지 조차도 몰랐던 어린시절의 나. 매일 마주하는 산과 바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에 감사함을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사랑했던것은 분명하다. 매일 하교길에 바다를 내려다보는 길을 걸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당시에 느꼈던 고단함을 넓은 바다를 보며 이겨냈던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할 땐 종종 바다로 나섰던 기억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보니, 흙과 바다와 맑은 공기가 있는 시골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깨닫지 못한 축복이었다. 첫째를 낳았을 때 친정에 가면 아기띠를 메고 바닷가.. 2021. 5. 4.
초보 물집사 6일차 우리 가족이 주는 애정과는 다르게 물고기들은 우리집에 적응을 잘 못하는듯 하다.2일차에는 컬러구피 한 마리가 용궁으로 갔고...오늘, 6일차에는 그동안 부지런히 암컷을 따라다니던 수컷 골든 볼 라미네지마저 용궁으로 떠났다..... 구피 한 마리를 보낸것에 큰 상처를 받고는아침에 눈 뜨자마자 녀석들의 안부를 살폈었는데오늘 아침에는 저 라미네지 녀석의 상태가 심상찮았다.어제 저녁에 백점병이 의심되는 상태였는데, 그게 심하진 않았었는데불과 만 하루도 안되어서 떠나다니...ㅠ 수족관 사장님께 연락해보니백점병은 물고기들이 걸리는 감기같은 것이란다.데려온지 일주일은 안되었기에 수질 문제는 아닌 것 같고온도를 27도로 맞춰놓았던게 불찰이었을까. 하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에 맞추어 라미네지가 운명했다.아이와 함.. 2021. 3. 26.
무난한 하루의 감사일기 첫째가 일 년 넘게 키우고 싶어했던 물고기들을 데려오고. 둘째의 안과검진을 위해 다시 큰 병원엘 가고,안경을 맞추고. 나는 몸살이 나고.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건 아닌가 보건소에 전화하며 전전긍긍 했었는데 다행이 아니다. 며칠내내 아이들 잘 때 같이 자고 일어날때 같이 일어나며 9시간씩 수면을 취했더니 컨디션 회복이 빠르다. 아이가 6시부터 일어나서 이러고 물멍때리는 모습을 보는데,이게 뭐라고 일년을 넘게 해주지 못했나 싶었다. 막상 나도 귀여운 물고기들 보며 멍때리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녀석들이 귀엽고도 예뻐 날카롭게 모났던 나의 기분도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둘째는 안경쓰는데 거부감이 없다. 다행이다. 동네 병원에선 설명이 너무 미흡해서 상급병원으로 다시 갔던건데 너무 늦은건 아니라고, .. 2021. 3. 24.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아이의 건강검진 결과가 심란하다. 구강검진 후에는 충치와 과잉치 때문에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안과검진 후에는 더 심란해졌다. 난시가 심해서 안경을 써야한단다. 아이가 책을 볼때 가까이 들여다보는것은 아직 긴 줄글에 낯설어서 그런거라 여겼는데, 상상치 못한 아이의 나쁜 시력에 그 상태를 빨리 눈치채지 못한 내가 자책스러웠다. 사실 따지고보면 안경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고, 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뿐 아이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은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제 이후로 왜 이리도 심란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렇게 나약한 마인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나에 대해 깨닫게 되는 점은 나는 멀티태스킹이 좀 벅찬 사람이.. 2021. 3. 19.
비타민 하나 먹는건데, 나이 든 기분은 왜일까 학기 초라 더 그런가, 만성피로가 극에 달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고, 남편마저 슬슬 출근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덕에 피로함이 좀 줄어드나 싶었는데 예상 밖이다. 나는 아니라고 여겼는데 2학년, 7살 아이의 학기 초 적응 기간이 나에겐 상당히 긴장되고,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건가 싶다. 잠을 충분히 자도, 집안일을 (늘 그랬듯) 최소한으로 해도 몸이 천근만근. 안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짧은 검색 끝에 종합 비타민을 하나 시켜보았다. 이런저런 약 보다는 밥과 휴식이 보약이라 믿는 주의이고, 왠만하면 감기같은에도 잘 걸리지 않을 뿐더러 걸리더라도 가볍게 지나가기때문에 약을 잘 안먹는 나인데. 생리통으로 아랫배가 쥐어뜯겨 나가도 진통제는 1년에 한번 먹을까말까 한 나인데, 아 뭔가 지는 기분.. 2021. 3. 17.
아홉살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같이 시작되는 엄마의 걱정은비단 학습적인 부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생활 속에서 아이가 상처를 받는건 아닌지,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것은 아닌지.그 상황속에서 아이는 어떻게 잘 이겨내고 해결해나갈지 그 모든 과정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오늘 아이의 반에서 회장 선거가 있었다.내성적인 아이라 전혀 뜻이 없는줄 알았건만, 왠걸.아이는 일주일내내 회장선거 공약을 어떻게 발표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엄마와 아빠의 아이디어를 더해보았지만, 결론은 엄마 아빠의 도움없이 아이 자신의 생각대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어느것에도 뽑히지 못했다.하지만 친구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자신감을 가졌다는것에 큰 박수를 쳐주었다... 2021. 3. 15.
오늘도 뉴스를 보며 토론을 저녁시간. 남편과 회 한접시를 사서 소주를 곁들인다. 뉴스를 보면서. 온갖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진 뉴스의 내용들은 자연스레 남편과 나를 토론의 장으로 이끈다. 대화의 끝엔 언제나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즈음엔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을것인가 ㅡ가 제일 큰 화두로 떠오른다. 더 나은 세상이 올까. 좋은 세상의 기준이 무엇일까. 누군가는 집값이 오른것이 좋을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오른 집값이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이어질텐데. 누군가는 신도시 건설 예정지인 땅을 미리 살수 있어서 좋았을테고, 누군가는 그런 비리들을 보며 분노할텐데. 자본주의 시대는 저물지 않을것이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텐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야할 것인가. 현실적 사고를 지닌 남편과 이상적 사고를 지닌 .. 2021. 3. 12.
책 한권에 관한 짧지만 오래된 기억 유년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는것이 없다. 아주 단편적인것 몇가지만이 강렬하게 남아있을 뿐. 초등학교2학년, 내 기억속의 할아버지 담임 선생님(실은 할아버지가 아니셨겠지만)은아이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받아쓰기가 틀리면본인이 직접 만드신 납작한 회초리로 발바닥을 때리셨다. 발바닥 자극이 건강에 좋다며, 겁에 질린 아이들 얼굴이 귀엽다는듯 웃으시며 가볍게 찰싹찰싹.그리고 기억나는 또다른 한 장면,칠판에 커다랗게 써주셨던 한 외국 작가의 이름. '피에르 쌍소'. 아마 그 당시에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작가이었던가,무슨 말씀을 하시며 그 이름을 써주셨던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학교에 입학한 첫 해, 교내서점 구석진 곳 어느 책장에서 눈에 띄던 이름 '피에르 쌍소'.9살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잘 알지도.. 2021. 3. 11.
쉬고싶을 땐 손뜨개를 논문 같은 에세이를, 아니 에세이 같은 논문 책을 한 권 끝냈다.제목만으로는 너무나 따스한 내용들일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그 책.[사람, 장소, 환대] ㅡ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으아 머리가 터질것 같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뒤르켐, 한나 아렌트, 칸트, 발터 벤야민등등사람과 인간의 차이, 정신과 영혼의 차이,절대적 환대, 인간의 인정욕구, place에 따른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등등등 점심도 잊은채 열심히 달려 완독하고나니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다시 학원엘 가고그 틈을 타 부랴부랴 밥 한술 때려넣고는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뜨개실을 꺼냈다. 구매한지 해를 넘긴 작은 가방 패키지를 꺼내부지런히 뜨기 시작했다.꼬박 다섯시간은 걸린것 같다.굵은 7호 바늘로 숭덩숭덩.오랜만에 코바늘을 잡아서인지 손땀도 예.. 2021.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