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새롭게32 도서관 산책자 몇년 전, 우연히 알게된 책. 제목에 너무 끌려 읽어보았는데 내용은 나에겐 그냥 평범했던 기억이다. 도서관 산책자. 작년까지의 내가 그랬지. 아이들 등원 시켜놓고 대충 집안정리하고 괜히 예쁘게 몸단장하고 도서관 가서 책냄새 맡으며 몇시간씩 책보며 앉아있다가 배고파지면 도서관 앞 우동집에서 김밥한줄에 우동한그릇. 체력이나 시간이 허락하면 돌아오는길엔 마트에 들러 가족들 저녁밥상에 올릴 반찬거리들 사서 오늘 하루 자알~ 살았다, 라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었지. 그게 내가 하루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온전한 나의 즐거움으로 사는 행복한 생활이었는데. 누리지 못한지 일년이 다되어간다. 그때는 그것이 나의 소소한 행복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그것이 전혀 소소한일이 될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립다. 도서관이. 도서관 산.. 2020. 12. 1. 크리스틴의 애플파이 그리고 고든 램지 https://youtu.be/BGZgs0nTZ-c 어느날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영상이다. 유명 요리사인 고든램지가 심사하는 역할로 나오는 요리경연 프로그램인듯 하다. 사과파이를 들고 긴장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크리스틴은 시각장애인. 그녀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 제대로 익었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것은 쓰레기일것이며, 아마 오늘 탈락할지도 모른다고 예단하는 그녀이다. 고든은 먼저 묻는다. 그녀가 어떠한지를. 그녀가 처했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힘들었던 상황속에서 나온 결과물을 어떻게 예상할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쓰레기일 것 같아요." 대답하는 크리스틴에게 고든은 말한다.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해. 멋지게 바삭해보이고 가장자리는 어두운 갈색이야. 설탕이 제대로 녹아서 반죽을 반짝이게 하고 프랭크의.. 2020. 11. 29. 엄마의 삶은 위로받고 있는가 6살 둘째아이의 종알거림을 하루 종일 듣게된지 겨우 이틀째인데, 벌써부터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 저녁식사 이후로는 더욱 참을 수 없어 하루에 두 권이나 읽어치운 육아서는 소용도 없게 되어버린다. 9시. 10시. 10시 반. 이제 그만 잘 준비해라~ 이제 얼른 자라. 좋은말로 할때 빨리 자라!! 11시가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아이들이 눈치껏 자리에 눕는다. 이제 곧 엄마 입에서 쌍욕이 나올거라는걸 예상하는게지. 이 시간, 무엇으로 나의 짜증난 심사를 달래줄 것인가. 디카페인 커피는 똑 떨어졌고, 남편하고의 술 한잔은 오늘 전혀 내키질 않는다. 책을 읽자니 부글거리는 속에 치여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속이 더 복잡하다. 이 와중에 저녀석들은 뭐가 그리 소곤소곤 즐거운지. 이렇게 혼자 마음을 뱉어놓는 일기쓰기로.. 2020. 11. 27. 지난 나흘간의 간단일기 #김장 지난 금요일 저녁, 친정으로 출발. 토요일 오전, 아이들과 배추와 무를 뽑아왔다. 쪽파도 뽑고, 갓도 베어오고. 배추 절이고, 재료들 손질하니 하루가 다 갔네. 열심히 일한뒤에 시켜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은 꿀맛! 일요일은 양념 버무리기. 굴도 씻고 수육도 삶고, 맛있게 버무린 김치에 막걸리까지 같이 먹으면 이맛에 김장한다는 소리가 또 나온다. 월요일 아침. 점심까지 든든히 먹고 우리몫의 김치통 단단히 챙겨서 집으로 컴백. 오자마자 다현이 생일상 차려서 저녁먹고 일찌감치 눕는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3박4일이다. 그나마 최근 운동좀 했다고 작년보다 몸이 덜 아프다. #다시 시작된 가정보육 아이가 학교를 못가게되었다. 당분간 격일등교다. 둘째도 덩달아 어린이집 쉰단다. 와... 지난 봄과 여름의 힘들.. 2020. 11. 25. 책 [진이, 지니] ㅡ 정유정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진이, 지니]. [내 심장을 쏴라], [종의 기원] 이후 정유정 작가의 책은 세 번째이다. 작년에 읽었던 두 권의 책들이 다 좋았기에 이번에도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에 대한 사전 정보 전혀 없이, 책 뒤표지에 있는 추천사를 보고 얼핏 알게 되었다. 아, 동물이 나오는구나.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은 보노보이다. 보노보 - 영장목 성성이과의 포유류 피그미침팬지(Pygmy chimpanzee)라고도 한다. 몸길이 70∼82㎝, 몸무게 30∼40㎏이다. 1929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침팬지의 한 아종이었으나 1933년 독립된 종으로 분류되었다.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다리가 길고, 어깨와 가슴 폭이 좁으며, 머리털이 길고 양쪽으로 갈라진다. 얼굴은 검은.. 2020. 11. 19. 시작은 오지랖, 마무리는 자기성찰. 저녁나절, H에게서 톡이 왔다. 첫째아이때문에 미쳐버리겠다고. 쟤는 왜 공부를 할 의지도 없고 욕심도 없는거냐고. 틀린게 있어서 지적 받았으면 놀지만 말고 좀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아니, 9살짜리가 어찌 스스로 공부에 욕심을 내겠어. 그렇게 스스로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아이가 몇이나 되겠어. 너는 그 나이에 혼자 공부 하고 싶었었냐? 예쁜말도 잘하고 착하고 순수한 아들래미를 왜 그렇게 못마땅해 하는거야. 애 좀 그만 잡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작년, H의 남편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힘들어할 때에도 나는 그녀의 태도를 어느 정도는 고쳐주어야 남편이 좀 괜찮아질거라고 직언을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채, 한참 지난 뒤에야 술자리에서 이리저리 말을 빙빙 돌려했더랬다. 나는, 네가 정말 좋.. 2020. 11. 18. 물욕이 이렇게 많아서야 미니멀리즘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어제는 다이어리 하나에 꽂혀서 책을 6권 주문하고... 오늘은 만년필 구경하다가 하루가 어물쩡 지나갔다. 다행히 만년필은 사지 않았다. 명품백, 명품화장품 관심없는게 어디냐며 남편에게 큰소리 치고는 하지만, 한동안 뜨개에 푹 빠져서 사 모았던 실들이 담긴 박스와, 오래전부터 사모으고 미처 쓰지는 못해 여기저기 가방에, 파우치에 꽉꽉 들어차있는 문구류들을 보면 나도 내가 퍽 한심하다. 지난주는 내 책 택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고 이번주는 아이들 책이 집안 곳곳 꽉 들어차있다. 남편이 오늘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다. 두 달동안 책 좀 그만사자ㅡ. 좀 미안하긴 하네. 책을 읽는 속도가 새 책을 들이는 속도를 따라잡질 못해서, 코딱지만한 집에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책이 쌓여간다... 2020. 11. 17. 돌봄노동자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아이들이 왔을때도 나는나의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순서대로 하고 싶은데,아이들로 인해 그 흐름이 툭. 툭. 끊길때 어찌나 속이 부글거리는지. 아, 그러고보니 오늘 낮잠을 못잤구나.그래서 내 몸이 이렇게 천근만근 짜증이 나는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새로 산 아이들 책을 정리하느라 낮잠 타이밍을 놓쳤었지 참.. 그것도 깨닫지 못한채 난 저녁준비를 하는 내내 또 한번 나의 저질 체력과 게으른 천성에 대한 고찰을혼자서 정신사납게 했었더랬다. 심란한 마음을 숨기고아침에 딸래미가 먹고 싶다했던 카레를 열심히 끓여 대령했는데둘째 녀석이 식탁에 앉자마자 한다는 말이,"웩. 나는 그냥 밥만 먹어야겠다." 였다.어휴 이걸 그냥."그럼 너는 좋아하는 반.. 2020. 11. 16. 어떻게 '잘' 키워야 할까 ㅡ 딸 이야기&아들 이야기 # 딸 그룹 과외를 받고 있는 영어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단다. 어쩐지 수업끝나고 오는 얼굴이 어둡더라니. 오후에 선생님께 온 메시지를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내성적 성향이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약간 다그치기라도 하면 금세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었다. 이제 여덟살이 된 아이는, 예전보다는 많이 외향적이 되었다. 학교에 다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각 예,체능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더 활발해진 것 같다. 내성적이었던 아이의 성향에 대해서는 왠만큼 걱정을 내려놔도 되겠다 싶었는데 왠걸, 영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고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모르는 것이 있는데도 묻지도 않고, 대답도 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랬다.. 2020. 11. 4.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 by 이슬아 작가 https://www.youtube.com/watch?v=dr6z0JdcxbI 어제 보게된 세바시 영상. 작가 이슬아의 15분 강연이다. 글쓰기는 늘 나에게 부담스러운 존재. 그렇지만 잘 하고 싶고, 가까이 하고싶은 습관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듣고 다시금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좋은 글을 더 많이 읽고, 나 또한 언젠가는 좋은 글을 많이 써보고 싶다. 주어가 꼭 '나'가 아니어도 된다는것을 왜 몰랐을까.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써보자. 요즘 운동을 습관화 하는것에 성공적이 되어가는 듯이 글쓰기도 자꾸 이렇게 끈을 놓지 않다보면 언젠가는 습관이 되리라. 일단은 독서기록부터 부지런히 해야겠다. 읽고, 필사하는것에 그치지말고 이 공간에도 빼놓지 않고 기록을 올려놓아야겠다. 나에 대한.. 2020. 10. 3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