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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새롭게

크리스틴의 애플파이 그리고 고든 램지

by 케롤린 2020. 11. 29.

https://youtu.be/BGZgs0nTZ-c

 

어느날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영상이다.

유명 요리사인 고든램지가 심사하는 역할로 나오는 요리경연 프로그램인듯 하다.

 

사과파이를 들고 긴장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크리스틴은 시각장애인.

그녀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 제대로 익었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것은 쓰레기일것이며, 아마 오늘 탈락할지도 모른다고 예단하는 그녀이다.

 

고든은 먼저 묻는다. 그녀가 어떠한지를.

그녀가 처했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힘들었던 상황속에서 나온 결과물을 어떻게 예상할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쓰레기일 것 같아요."

대답하는 크리스틴에게 고든은 말한다.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해. 멋지게 바삭해보이고 가장자리는 어두운 갈색이야.

 설탕이 제대로 녹아서 반죽을 반짝이게 하고 프랭크의 파이만큼 맛있어 보여."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인다.

 

"자신을 그만 의심해."

"더 용감해야 해."

 

세상에.

저 요리사가 저렇게 멋진 사람이었다니.

한동안 메말랐던 눈물샘이 팡 터진다.

 

그는 파이를 들어올려 밑면을 확인한다. 잘 익었단다.

그리고 나이프로 파이의 윗면을 긁으며 크리스틴에게 소리를 들어보란다.

좋은 바삭한 소리다.

 

그리고 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러니까 다시는 자신에게 화 내지 마, 알았지?

 자신을 조금 더 믿어야 해. "

 

고든은 연신 크리스틴에게 파이의 긁는 소리, 자르는 소리를 알려주며

자른 파이 한 조각을 들어올려 그녀에게 눈 앞에 자른 한조각을 들어올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맛을 보며

아름다운 애플파이라고, 맛이 환상적이라고 말한다.

 

 

벌써 8개월 꽉 채워 필사하고 있는 '논어'.

오늘 필사한 구절 중 이런 글이 있었다.

 

논어(홍익출판사, 179p)

 

오래전 동양의 공자도 실천했던 사람에 대한 배려.

저 말씀을 잘 실천하고 있는 고든 램지의 저 영상이 다시 생각나서 몇번을 돌려보았다.

 

고든이 크리스틴에게 주었던것은 배려뿐만이 아니다.

희망과 용기.

자신을 믿으라는 말.  용기를 가지라는 말.

자신이 열심히 만든것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용기잃은 그녀에게

심사위원인 고든이 주는 저 말들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힘을 주었을까.

 

크리스틴 또한 한순간 용기를 잃고 희망을 버렸더라도,

자신이 가진 장애를 딛고 요리사의 길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로도 훌륭한 사람이다.

다른이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면서도

수많은 실패를 겪을 그녀는 얼마나 더 강인한 내면을 가져야 할 것인가.

 

저 프로그램이 비록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짜여진 대본이라 하더라도,

나는 상관없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배려를 하고 있을까.

나 자신은 또 얼만큼의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한마디 건넬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크리스틴에게 자상한 고든 램지처럼,

나도 우리아이들에게 배려와 믿음을 심어주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길로,

길을 가다 부딪치는 곳에서는 눈앞에 놓인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주며

너는 잘 하고 있으니 자신을 믿으라는 단단한 말 한마디로

아이들이 길을 헤매더라도 어느새 곁에 와 있는 엄마의 존재를 깨달으며

또 묵묵히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멋진 엄마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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