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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매의 책들12

내 마음 ㅅㅅㅎ 아이가 나에게 눈치보면서 말을 할때에는 초성글자를 사용해서 쪽지를 쓰곤 한다. '엄마, ㄱㅅ ㅁㅇㄷ ㄷㅇ?' '엄마, ㄱㅇ ㅎㄷㄷㅇ?' 간식이 먹고 싶고, 게임이 하고 싶은데 엄마 눈치를 살필때에는 꼭 저렇게 쪽지를 써서 손에 쥐어주고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기다린다. 처음엔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으나 이젠 우리 가족의 문화(?) 같은것이 되어버렸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면서 말을 건네고 싶을땐 저렇게 초성글자를 써서 남겨놓는..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이 책,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 그림책, 사계절)은 마치 내 아이의 들여다보듯 표지의 주인공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들며 'ㅅㅅㅎ'의 정체가 무엇인지 상상하게했다. " 'ㅅㅅㅎ'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단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평범한 하루에서 은은하게.. 2021. 5. 24.
도서관 방이 더 많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개인 서재를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집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책장과 책을 보면 책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 아이들에게는 큰 호응이 없던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게 만들어 준 책이다. [도서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의 주인공이 표지에 등장하는 모습이 꽤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뒤쪽에서 책이 떨어지는줄도 모른채 열심히 책을 읽으며 걷고 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속표지에 펼쳐지는 책들로 가득한 책장의 모습. 내가 훗날 갖게 될 서재의 한쪽 벽 책장 모습이 저럴것이라 상상해본다. 속지의 첫 장에는 역시나 주인공이 책.. 2021. 5. 6.
깊은 밤 필통 안에서 문구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문구류를 꽤나 좋아한다.연필, 펜, 볼펜, 지우개 등등 맘에 드는것을 발견하면 약간의 사재기를 일삼던 병(?)이 있었다.결혼 후에 남편보기 부끄러워 많이 자제한다고는 했는데, 아직도 내 화장대 깊숙한 곳과 가방 곳곳에는 모아둔 문구류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딸이 나의 성향을 약간은 닮았는지, 아니면 또래 여자친구들과의 문화가 시작되어 그런것인지 예쁜 문구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쇼핑몰에가도 문구코너가 있으면 꼭 한참을 서서 아이쇼핑을 즐긴다. 나처럼. 어느 초등학생 여자 아이의 필통에 모여사는 연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학교 공부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쓸 얘기도 없는 일기는 매일 써야하고,주인의 글씨는 삐뚤빼둘..... 그래서 연필들도 힘들단다! 이미 뒷 표지에서 .. 2021. 4. 30.
책 먹는 여우 책을 너무 좋아해서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여우아저씨의 이야기. 자신만의 맛있게 책 먹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이다. 책을 좋아해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여우 아저씨. 더이상 먹을 책이 없고 아저씨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러던 그가 눈여겨보았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도서관에서 몰래 책을 훔쳐 먹으며 행복하던 여우 아저씨. 꼬리가 너무 길었다. 결국 책을 훔쳐먹은 사실이 들통나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보다는 더 이상 책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슬픈 여우 아저씨. 어느 날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종이와 연필을 얻어 밤낮없이 글을 써 책을 만들어 자신이 먹는 것. 여우 아저씨가 쓴 글을 보게 된 교도관은 먹어치우기엔 너무 아깝다.. 2021. 4. 28.
나도 편식할 거야 '앤'과 '삐삐'에 이어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 책.캐나다와 스웨덴에 각각 '앤'과 '삐삐'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정'이가 있다. 이 책은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서 거짓말 보태 수십번은 읽어 우리집 잠자리 독서의 2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뒷표지를 보면 제목이 왜 '나도 편식할 거야' 인지 짐작이 간다.아무거나 잘 먹어서 사랑받는 주인공.그런데 엄마가 맛있는 음식은 편식쟁이 오빠에게만 준다. 작가 소개에서 이미 팬이 되어 버렸다.이처럼 간결하고 솔직담백한 작가 소개라니.'그래서 [나도 편식할 거야]를 완성한 다음, 무척 행복했어요' 라는 말이 너무 가슴 따뜻하게 느껴진다. 된장찌개를 밥에 비벼먹는 감성.아, 이 문장이 첫 문장이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나. '아무거나 잘 먹어서 사랑받는다.. 2021. 4. 26.
개똥할멈과 고루고루 밥 얼마전 일곱 살 둘째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맛있더라." 나뭇가지?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뭐지? 잠시 생각해보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현준이는 고사리나물 반찬이 맛있었구나." 최근 입맛도없고 반찬하기 귀찮을때 나물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계란후라이 넣고 들기름 넣어서 쓱쓱 비빈 밥으로 저녁을 종종 떼우곤했다.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먹는 편이어서 간만 잘 맞춰주면 이렇게만 줘도 잘 먹곤 한다. 가끔씩은 잠자리 독서시간에 이 책을 보고나선 다음날 아침식사로 고루고루 밥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맛깔나보이는 비빔밥을 냠냠 먹는 개똥할멈과 동물 친구들. 나도 비빔밥을 매우 좋아한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둘, 셋이 같이 먹어도 맛있지, 그럼그럼. 여럿이 같이 먹을땐 커다란 양.. 2021. 4. 21.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 긴 말이 필요치 않은 책. 그림과 단 몇 마디의 짧은 글만으로도 커다란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책.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파랑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 책에는 '파랑'에 중의적 의미가 있다. 또 어떠한 물건이 주는 메시지도 있는데, 그림을 따라가며 발견하게되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 파랑에 대한 내용들은 한 소년과 반려동물의 시간의 흐름 순으로 펼쳐진다. 아기였던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속에 반려동물 '파랑'과 파란색의 추억들이 밝게 환하게, 혹은 짙게, 어둡고 쓸쓸하게 그려진다. 감동에는 여러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또 한번 깨닫는다. 나에게는 이 파랑의 순간들이 언제였었나 되돌아본다. 찰나와도 같지만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아름답고도 슬픈 순간들... 2021. 4. 20.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아홉살 첫째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고있다. 처음엔 만화 한국사를 조금 읽는가 싶더니, 과학만화도 슬쩍 본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며 '흔한남매' 만화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틀만에 만화책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작년까지 잠자리 독서로 꾸준히 읽어주었던, 낭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힐드리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밤을 너무도 싫어해서, 밤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똘똘' 말아 넣어도 보고, '꽉꽉' 채워 넣어도 보고, '끙끙' 밀어 넣어도 보고, '꾹꾹' 눌러 담아도 보고. 할머니는 밤을 어떻게든 가둬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밤을 가위로 찰칵찰칵 잘라내어 어찌.. 2021. 4. 19.
꽝 없는 뽑기 기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그림책이라 해야할까 글책이라 해야할까. 제9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을 받은, 2020년 3월에 1쇄가 나온 비교적 신간이다.같은 해 9월에 벌써 7쇄까지 나오다니 꽤 인기있고 유명한 책이었나보다. 작년 한 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은것을 손에서 내려놨던 시기였다.그나마 간간히 내 책은 끊지않고 읽었지만 아이들 책은 비교적 소원해졌던 시기였던듯 하다.올해 첫째아이가 9살, 2학년이 되면서 아차 싶었다.내가 아이 책에 그동안 너무 소홀했구나 싶었던 지난 주, 몇권의 초등 저학년 책을 구매했다. 그 중 아이가 처음 손에 들었던 책이 이 책이다. 두 번 정도를 내리 읽고 난 아이가 말한다."엄마 그런데 어떤 상황은 이해가 잘 안가." 밤에 잘 준비를 끝내놓고.. 2021. 4. 18.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우리 공동체 이번달 그림책모임의 두번째 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ㅡ 가브리엘레 클리마 글,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 그림, 그린북 아이의 마음 안에는 사자가 있단다. 뒷표지에는, 다른이들의 마음 속에는 누가 살고있는지 묻는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답니다.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첫 페이지에 의미심장하게 아무 그림도 없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저 세 줄의 글은 그동안 육아서에서 참 많이 읽어왔던 내용이다. 모든 아이는 다르다. 그림체가 너무 사랑스럽다. 저 따뜻한 그림들 안에 많은 아이들이 담겨있다. 고양이 같은 아이, 물고기 같은 아이, 파리 같은 아이. 토끼, 거북, 사자, 원숭이, 나비, 도마뱀, 두더지, 곰, 뱀장어, 고슴도치, .. 2020.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