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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매의 책들/그림책7

내 마음 ㅅㅅㅎ 아이가 나에게 눈치보면서 말을 할때에는 초성글자를 사용해서 쪽지를 쓰곤 한다. '엄마, ㄱㅅ ㅁㅇㄷ ㄷㅇ?' '엄마, ㄱㅇ ㅎㄷㄷㅇ?' 간식이 먹고 싶고, 게임이 하고 싶은데 엄마 눈치를 살필때에는 꼭 저렇게 쪽지를 써서 손에 쥐어주고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기다린다. 처음엔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으나 이젠 우리 가족의 문화(?) 같은것이 되어버렸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면서 말을 건네고 싶을땐 저렇게 초성글자를 써서 남겨놓는..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이 책,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 그림책, 사계절)은 마치 내 아이의 들여다보듯 표지의 주인공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들며 'ㅅㅅㅎ'의 정체가 무엇인지 상상하게했다. " 'ㅅㅅㅎ'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단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평범한 하루에서 은은하게.. 2021. 5. 24.
도서관 방이 더 많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개인 서재를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집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책장과 책을 보면 책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 아이들에게는 큰 호응이 없던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게 만들어 준 책이다. [도서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의 주인공이 표지에 등장하는 모습이 꽤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뒤쪽에서 책이 떨어지는줄도 모른채 열심히 책을 읽으며 걷고 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속표지에 펼쳐지는 책들로 가득한 책장의 모습. 내가 훗날 갖게 될 서재의 한쪽 벽 책장 모습이 저럴것이라 상상해본다. 속지의 첫 장에는 역시나 주인공이 책.. 2021. 5. 6.
개똥할멈과 고루고루 밥 얼마전 일곱 살 둘째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맛있더라." 나뭇가지?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뭐지? 잠시 생각해보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현준이는 고사리나물 반찬이 맛있었구나." 최근 입맛도없고 반찬하기 귀찮을때 나물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계란후라이 넣고 들기름 넣어서 쓱쓱 비빈 밥으로 저녁을 종종 떼우곤했다.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먹는 편이어서 간만 잘 맞춰주면 이렇게만 줘도 잘 먹곤 한다. 가끔씩은 잠자리 독서시간에 이 책을 보고나선 다음날 아침식사로 고루고루 밥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맛깔나보이는 비빔밥을 냠냠 먹는 개똥할멈과 동물 친구들. 나도 비빔밥을 매우 좋아한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둘, 셋이 같이 먹어도 맛있지, 그럼그럼. 여럿이 같이 먹을땐 커다란 양.. 2021. 4. 21.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 긴 말이 필요치 않은 책. 그림과 단 몇 마디의 짧은 글만으로도 커다란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책.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파랑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 책에는 '파랑'에 중의적 의미가 있다. 또 어떠한 물건이 주는 메시지도 있는데, 그림을 따라가며 발견하게되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 파랑에 대한 내용들은 한 소년과 반려동물의 시간의 흐름 순으로 펼쳐진다. 아기였던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속에 반려동물 '파랑'과 파란색의 추억들이 밝게 환하게, 혹은 짙게, 어둡고 쓸쓸하게 그려진다. 감동에는 여러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또 한번 깨닫는다. 나에게는 이 파랑의 순간들이 언제였었나 되돌아본다. 찰나와도 같지만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아름답고도 슬픈 순간들... 2021. 4. 20.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아홉살 첫째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고있다. 처음엔 만화 한국사를 조금 읽는가 싶더니, 과학만화도 슬쩍 본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며 '흔한남매' 만화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틀만에 만화책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작년까지 잠자리 독서로 꾸준히 읽어주었던, 낭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힐드리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밤을 너무도 싫어해서, 밤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똘똘' 말아 넣어도 보고, '꽉꽉' 채워 넣어도 보고, '끙끙' 밀어 넣어도 보고, '꾹꾹' 눌러 담아도 보고. 할머니는 밤을 어떻게든 가둬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밤을 가위로 찰칵찰칵 잘라내어 어찌.. 2021. 4. 19.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우리 공동체 이번달 그림책모임의 두번째 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ㅡ 가브리엘레 클리마 글,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 그림, 그린북 아이의 마음 안에는 사자가 있단다. 뒷표지에는, 다른이들의 마음 속에는 누가 살고있는지 묻는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답니다.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첫 페이지에 의미심장하게 아무 그림도 없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저 세 줄의 글은 그동안 육아서에서 참 많이 읽어왔던 내용이다. 모든 아이는 다르다. 그림체가 너무 사랑스럽다. 저 따뜻한 그림들 안에 많은 아이들이 담겨있다. 고양이 같은 아이, 물고기 같은 아이, 파리 같은 아이. 토끼, 거북, 사자, 원숭이, 나비, 도마뱀, 두더지, 곰, 뱀장어, 고슴도치, .. 2020. 12. 5.
[돌 씹어 먹는 아이] 계획대로라면, 오늘 오전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있을 터였다. 어제 그림책 모임을 했을 터였다. (집콕나날이 늘어가니, 날짜 가는줄도 모르네 ㅠ)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오프라인 모임은 결국 취소되었다. 이번에 같이 나눌 두 권의 책을 진행자께서 미리 올려주신 덕에도서관에서 빌려와 먼저 읽어보았다.그 중의 한 권인 [돌 씹어 먹는 아이] ㅡ 송미경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문학동네 주인공은 돌(먹는것)을 너무나 사랑한다. 돌은 그에게 즐거움과 행복, 위로를 준다.걱정도 있다.밥보다 돌이 좋은 주인공은 '이러다 내가 돌이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던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쳐온다.더이상 먹을 돌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자신이 돌을.. 2020.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