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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매의 책들/그림책

도서관

by 케롤린 2021. 5. 6.

방이 더 많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개인 서재를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집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책장과 책을 보면 책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

 

아이들에게는 큰 호응이 없던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게 만들어 준 책이다.

 

 

도서관 ㅡ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도서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의 주인공이 표지에 등장하는 모습이 꽤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뒤쪽에서 책이 떨어지는줄도 모른채 열심히 책을 읽으며 걷고 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속표지에 펼쳐지는 책들로 가득한 책장의 모습.

내가 훗날 갖게 될 서재의 한쪽 벽 책장 모습이 저럴것이라 상상해본다.

 

속지의 첫 장에는 역시나 주인공이 책을 읽는 모습이 등장한다.

벤치에 앉은 그녀의 주위로 비둘기들이 잔뜩 모여들어있다. 아마 손에 들고있는 종이 봉투 속 내용물 때문이리라.

그녀는 손에 종이봉투를 그대로 든 채 비둘기가 머리 위에 앉은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보고있다.

대단한 몰입이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이 세상에 나왔어요.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지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이 세상에 나왔어요.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지요."

 

태어나면서부터 마르고, 눈 나쁜 아이가 어디 있을까.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책을 좋아할 운명이었나보다.

평생 그녀의 삶이 책과 함께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인형놀이나 스케이트에는 관심이 없었던 주인공.

어려서부터 책읽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그녀는 잠드는 순간까지도 책과 함께이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갈만큼 성장한 엘리자베스는 커다란 트렁크에 책을 잔뜩 챙겨간다. 기숙사 침대위에 책을 풀어놓자 침대가 무너져 내릴만큼.

친구들이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즐길때에도 그녀에게는 오직 책읽기가 전부다.

 

학교 졸업 후, 정착하게 된 곳에서도 엘리자베스의 책 사랑은 여전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번 돈으로 그녀는 감자칩도, 새 옷도 아닌 오직 책 사는 일에 열중한다.

 

 

 

 

그런 그녀에게 닥친 현실.

온 집안이 책으로 뒤덮이게 된다.

 

"책은 현관 기둥을 따라 높이 쌓이다가

 마침내 커다란 현관문까지 막아 버렸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단 한권도 더 사들일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그리하여 그녀가 내린 결단은 이사를 하는 것도, 책을 버리는 것도 아닌,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을 만드는 것.

 

"나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전 재산을

 이 마을에 헌납합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친구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친구와 늙어서까지 책을 읽으며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삶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에 온 시간을 쏟아부으며 사는 일.

결혼을 하지도, 아이를 낳지도 않은 그녀는 오로지 평생을 책과 함께하며 산다.

그런 그녀의 삶이 나는 왜 이토록 부러운걸까.

좋아하는 것을 일찍이 찾고 몰두하며 사는 삶.

큰 욕심을 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는 삶.

그녀의 인생이 입체적이지 않다고 어찌 훌륭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책 읽기를 많이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생활에 치여 이런저런 핑계들로 사놓기만 해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수두룩하다.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 목록이 늘어나니 욕심은 줄어들 줄 모른다.

공간도 부족하고, 책 지출에 드는 비용 때문에 남편의 눈치를 보게된다.

 

아이들이 더 크고, 나도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되면 그때는 나도 마음껏 책을 사고 읽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언제쯤 올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엘리자베스처럼 집안을 책으로 가득 채운나머지 도서관을 만들일은 없겠지만,

만약 나에게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나의 고향 작은 마을과 도서관이 부족한 여러 곳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알고 싶고, 깨닫고 싶고, 어제보다 오늘보다 습자지 한 장 만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오늘도 책이 고프다.

읽고 생각하고 쓸 시간이 너무나 간절하다.

딱 일주일만이라도 밥만먹고 책만 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밤 열시가 지나도록 잠들지 않는 아이들은 언제쯤 나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해주려는지.

시력이 좋을때 책을 좀 더 보고 싶은데...(요즘은 큰 글자 도서도 제법 나오긴 하지만....)

빨리 좀 자자 녀석들아.

빨리 자고 밥 잘먹고 어서 쑥쑥 크자. 엄마에게 책 읽을 자유를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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