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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매의 책들/그림책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by 케롤린 2021. 4. 19.

아홉살 첫째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고있다.

처음엔 만화 한국사를 조금 읽는가 싶더니, 과학만화도 슬쩍 본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며 '흔한남매' 만화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틀만에 만화책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작년까지 잠자리 독서로 꾸준히 읽어주었던, 낭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ㅡ 아놀드 로벨 그림, 첼리 두란 라이언 글, 정대련 옮김 , 시공주니어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힐드리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밤을 너무도 싫어해서, 밤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똘똘' 말아 넣어도 보고, '꽉꽉' 채워 넣어도 보고, '끙끙' 밀어 넣어도 보고, '꾹꾹' 눌러 담아도 보고.

할머니는 밤을 어떻게든 가둬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밤을 가위로 찰칵찰칵 잘라내어 어찌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밤 시간이 지나가는 내내 할머니는 고군분투한다. 어떻게든 싫어하는 밤을 쫓아내보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법.

고된 밤이 지나고 다가온 아침을 맞이한 힐드리드 할머니의 모습이 재미있어 아이들도 나도 무척 좋아한 책이다.

 

 

그림은 흑백컬러에 시종일관 제3자의 시점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깜깜한 밤의 느낌을 잘 느낄 수 있고 그 와중에 언짢고 불쾌하면서도 시종일관 너무도 바쁜 할머니의 모습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의 그림에 흑백이 아닌 유일한 색은 해님이 환하게 솟아오르는 아침나절의 장면이다.

밤과 대비한 일출의 환한 색감은 우리가 동해바다에서 맞이한 일출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아침이 왔는데 왜이리 피곤한 것 같지. 할머니의 바쁘고 바쁜 밤의 활동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도 같이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책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의태어들 덕분에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맛이 났다.

혼자 속으로 읽어내렸다면 그 재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을 책이다.

 

오늘 밤에는 잠자리 독서시간에 오랜만에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

만화책이 주는 자극적인 그림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말과 내용, 그리고 그 장면을 잘 표현해내는 이렇게 멋진 무채색의 그림책도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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