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그림책이라 해야할까 글책이라 해야할까.



제9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을 받은, 2020년 3월에 1쇄가 나온 비교적 신간이다.
같은 해 9월에 벌써 7쇄까지 나오다니 꽤 인기있고 유명한 책이었나보다.
작년 한 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은것을 손에서 내려놨던 시기였다.
그나마 간간히 내 책은 끊지않고 읽었지만 아이들 책은 비교적 소원해졌던 시기였던듯 하다.
올해 첫째아이가 9살, 2학년이 되면서 아차 싶었다.
내가 아이 책에 그동안 너무 소홀했구나 싶었던 지난 주, 몇권의 초등 저학년 책을 구매했다. 그 중 아이가 처음 손에 들었던 책이 이 책이다.
두 번 정도를 내리 읽고 난 아이가 말한다.
"엄마 그런데 어떤 상황은 이해가 잘 안가."
밤에 잘 준비를 끝내놓고 남매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책을 꺼내 든다.

초등학생 희수는 뽑기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다.

혼자 동네 문구점 앞을 구경하던 중, 못보던 길을 따라 들어가게되고
그곳에서 또 다른 문구점과 낯선듯 친근한 남자아이를 만난다.
그곳에서 희수는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발견하고 1등에 당첨되어 상품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그 상품이 정말 1등 상품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 이렇게 예쁜 그림이라니.

희수에게는 언니 연수가 있다.
어쩐일인지 희수와 연수의 집에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번갈아가며 찾아오신다.

다음번 나간 마을 산책길에서 희수는 지난번 그 문구점을 또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엔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이날도 희수는 꽝 없는 뽑기 기계에서 1등을 뽑고 상품을 가져온다.
그런데 이번에도 상품이 1등 상품이라기엔 좀 어리둥절하다.

어느날 희수는 꿈을 꾸게 되는데 꿈속에서 아빠, 엄마, 언니와 함께 슬픈일을 겪는다.
어찌나 슬픈지 잠을 자면서 크게 울어버리고 만 희수에게 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달려와 안아준다.
"우리 희수 잘못 아니야, 우리 희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이 부분 읽어주면서 나도 눈물샘 폭발 ㅠㅠ)

낯선 문구점에서 이루어진 두 아이와의 만남, 꽝 없는 뽑기 기계에서 뽑은 두 개의 1등 상품들.
그리고 꿈속에서 아빠 엄마를 만난 이후로 희수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희수의 새로운 일상을 친구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해준다.
이 책은 어린 아이가 혼자 보기에 친절한 책은 아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두 번이나 읽고 난 뒤에도 상황이 어렵다는 말을 했구나, 싶었다.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한 문장, 한 문장씩 이해에 필요한 문장들을 아이와 복기해보았다.
아이와 함께 추론하고, 상상해본다.
퍼즐같던 상황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질수록 아이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런거였구나!!"
그제서야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서 흘렸던 눈물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나왔던 모든것들이 아무 이유없이 등장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다시 한번 책에 빠져든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요즘 점점 세상엔 행복한 일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것을 이해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처는 있으며 그 상처를 잘 극복해내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이해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일이든,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일이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형태의 상처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잘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그 상처를 잘 이겨내고 더 단단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이 동화는 희수의 모험이기도 하지만 희수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두 희수를 응원하고 기다려 주니까요.
세상에는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어린이 독자님들도 둘러보면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을 거예요. 친구를 위해 조금 기다려 주세요. 응원해 주세요. 그러면 친구는 어느새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만약에 독자님이 그런 상처 받은 어린이라면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으니까요. 만약 가까이에서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희수와 제가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20년 봄
곽유진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
상처받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우리에게는 우리를 기다리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으니까.
혹시 그런 누군가가 없다고 여겨지더라도 우리에겐 이런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책이 있으니까.
너무 늦지 않은 봄에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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