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일 년 넘게 키우고 싶어했던 물고기들을 데려오고.
둘째의 안과검진을 위해 다시 큰 병원엘 가고,안경을 맞추고.
나는 몸살이 나고.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건 아닌가 보건소에 전화하며 전전긍긍 했었는데 다행이 아니다.
며칠내내 아이들 잘 때 같이 자고 일어날때 같이 일어나며 9시간씩 수면을 취했더니 컨디션 회복이 빠르다.

아이가 6시부터 일어나서 이러고 물멍때리는 모습을 보는데,이게 뭐라고 일년을 넘게 해주지 못했나 싶었다.
막상 나도 귀여운 물고기들 보며 멍때리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녀석들이 귀엽고도 예뻐 날카롭게 모났던 나의 기분도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둘째는 안경쓰는데 거부감이 없다. 다행이다.
동네 병원에선 설명이 너무 미흡해서 상급병원으로 다시 갔던건데 너무 늦은건 아니라고, 지금부터 잘 교정하면 시력은 최소 0.8까지는 올릴수 있다하셔서 한시름 놓았다.
아이의 눈상태를 늦게 알아챈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덜수있게 되었다.

똘똘이스머프 같이 귀엽지만 엄만 안경 안 쓴 너의 민낯이 더 좋단말이다.
아무때나 얼굴 여기저기 부비적대는일을 이젠 더이상 할수없다 생각하니 더 아쉬울 뿐.
그래도 이제 선명히 잘 보인다하니 안심이다.
며칠동안 완전히 무너졌던 루틴들을
슬슬 다시 회복해보아야 하겠다.
지난 주,박완서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새삼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에 반해 그의 글이 더욱 궁금해졌더랬다.
내가 아주 오래전 읽었던 그의 소설은 내가 온전히 읽은것이 아니었더라는 깨달음도 왔다.
그래서 주문한 두 권의 책이 딱 적절하게 도착해주었다.

별게 있겠는가.
가족들이 아프지않고 무탈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누릴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것을.
욕심은 한도 끝도 없으니 고미숙님의 말대로 자아가 비대해지는것을 경계하며 살아가면 될 것이다.
아이가 물고기들을 아끼며 행복해하는 것, 우리가 소박하나마 아이에게 그런 행복을 느낄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아이가 너무 심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력교정을 시작하고 나아질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
푹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컨디션이 회복되는 나름 건강한 몸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서 야금야금 읽을수 있는 몇 푼의 돈과 얼마간의 시간이 나에게 있다는 것 등등.
온통 감사할 수 있는 일들 투성이다.
오늘도 하루가, 순간이 새롭다.
저 멀리 고통받는 그들에게도 어서 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그들의 평범하고 무난했던 일상이 하루빨리 되돌아올수 있기를.
'순간을 새롭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희가 웃으면 엄마도 행복해 (0) | 2021.05.04 |
---|---|
초보 물집사 6일차 (0) | 2021.03.26 |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0) | 2021.03.19 |
비타민 하나 먹는건데, 나이 든 기분은 왜일까 (2) | 2021.03.17 |
아홉살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2) | 2021.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