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건강검진 결과가 심란하다.
구강검진 후에는 충치와 과잉치 때문에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안과검진 후에는 더 심란해졌다.
난시가 심해서 안경을 써야한단다.
아이가 책을 볼때 가까이 들여다보는것은
아직 긴 줄글에 낯설어서 그런거라 여겼는데, 상상치 못한 아이의 나쁜 시력에 그 상태를 빨리 눈치채지 못한 내가 자책스러웠다.
사실 따지고보면 안경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고,
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뿐 아이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은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제 이후로 왜 이리도 심란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렇게 나약한 마인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나에 대해 깨닫게 되는 점은
나는 멀티태스킹이 좀 벅찬 사람이라는 것과 유리멘탈 이라는 것.
예전엔 왜 몰랐을까.
나는 꽤 강하고 멀티태스킹도 적절히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심신이 고달파지는 것은 아무래도 내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인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을 고쳐야하겠기에 나에 대한 진단도 시급하다 여긴다.
나는 왜 낯선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변화를 싫어하는걸까.
이것저것에 관심은 많으면서 정작 실행을 하기엔 에너지가 과부족이다. 따라서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제 풀에 지쳐 끝내지 못하는것이 많다.
어린시절의 영향이 있다고 하기엔 이제 내 나이가 부모님의 환경보다는 그 이외의 환경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많다.
내가 하고 싶은것에 집중할 시기가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 서자 내내 우울하다.
욕심은 있어서 아이들도 잘 챙기고 싶고 내가 하고싶은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해내고 싶다.
상황과 내 체력에 한계가 있다는것은 알지만 마음만은 계속 희망회로를 따라가며 움직이니 뜻대로 잘 되지 않을때는 짜증도 나고 우울해진다.
아이의 건강검진 이후로 생각이 너무 많아져 고달프다.
크게보자면 사실 별 것 아닌일임에도
나는 왜 또 나를 이렇게 괴롭히게 되는 것인가.
나이 마흔이 몇년 남지 않았는데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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