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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새롭게

아홉살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by 케롤린 2021. 3. 15.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같이 시작되는 엄마의 걱정은

비단 학습적인 부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생활 속에서 아이가 상처를 받는건 아닌지,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것은 아닌지.

그 상황속에서 아이는 어떻게 잘 이겨내고 해결해나갈지 그 모든 과정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오늘 아이의 반에서 회장 선거가 있었다.

내성적인 아이라 전혀 뜻이 없는줄 알았건만, 왠걸.

아이는 일주일내내 회장선거 공약을 어떻게 발표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엄마와 아빠의 아이디어를 더해보았지만, 

결론은 엄마 아빠의 도움없이 아이 자신의 생각대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어느것에도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자신감을 가졌다는것에 큰 박수를 쳐주었다.

기회는 얼마든지 더 있으니 다음번에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 끌어안아준다.

그렇게 수줍음많고 부끄러워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친구들 앞에 나서는 그 용기와 자신감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자랑스럽다 더더 끌어안아준다.

 

오늘의 사건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다며 아이가 조용히 내뱉는다.

 

같은 반 남자친구에게 사랑고백 쪽지를 받았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뒤에 앉은 여자친구에게 그 쪽지를 보여주었다며,

쪽지를 준 남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무겁단다.

 

지난번 이와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누군가가 자신의 소중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보여주면 너는 그걸 크게 떠벌리지도 말고 바로 되받아 표현하지도 말고 일단 조용히 간직하고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었다.

아이가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쪽지를 다른 친구에게 보여준 자신의 행동에 너무나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날까 너무 두려웠다고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실수를 아이가 너무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더군다나 그 두려움이 엄마인 나로 인해 더 커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그 친구에게는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사이좋게 지내자는 내용의 쪽지를 써주기로 결정하고나니 아이의 표정이 제법 환해진다.

 

마냥 어린 아기였을때는 다치지않고 그저 즐겁게 놀수 있도록 해주고 배고프지않게 밥 잘챙겨주기만 하면 되었었는데, 

이젠 그게 다가 아니다.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나누어야할 것들이 더 많아진것 같다.

살면서 어찌 상처 한 번 받지 않고 살수있겠느냐만은

내가 과거에 했던 실수들과 받았던 상처들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닥치지 않길 바라는 욕심이 크다.

 

상처받고 상처주더라도

잘 이겨내고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이리저리 흔들리되 그래도 옆에서 같이 바람 맞아줄 수 있는 엄마가 항상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엄마가 주고싶은 것은 꾸중과 비판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훨씬 크게 차지 하고 있다는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갑자기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렸다.

너무 빨리 커버려서 내 품을 빨리 떠날까봐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것 같은데....

 

아 대낮부터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아무래도 아이의 예민한 감수성은 날 닮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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