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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아홉살 첫째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고있다. 처음엔 만화 한국사를 조금 읽는가 싶더니, 과학만화도 슬쩍 본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며 '흔한남매' 만화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틀만에 만화책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작년까지 잠자리 독서로 꾸준히 읽어주었던, 낭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힐드리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밤을 너무도 싫어해서, 밤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똘똘' 말아 넣어도 보고, '꽉꽉' 채워 넣어도 보고, '끙끙' 밀어 넣어도 보고, '꾹꾹' 눌러 담아도 보고. 할머니는 밤을 어떻게든 가둬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밤을 가위로 찰칵찰칵 잘라내어 어찌.. 2021. 4. 19.
꽝 없는 뽑기 기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그림책이라 해야할까 글책이라 해야할까. 제9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을 받은, 2020년 3월에 1쇄가 나온 비교적 신간이다.같은 해 9월에 벌써 7쇄까지 나오다니 꽤 인기있고 유명한 책이었나보다. 작년 한 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은것을 손에서 내려놨던 시기였다.그나마 간간히 내 책은 끊지않고 읽었지만 아이들 책은 비교적 소원해졌던 시기였던듯 하다.올해 첫째아이가 9살, 2학년이 되면서 아차 싶었다.내가 아이 책에 그동안 너무 소홀했구나 싶었던 지난 주, 몇권의 초등 저학년 책을 구매했다. 그 중 아이가 처음 손에 들었던 책이 이 책이다. 두 번 정도를 내리 읽고 난 아이가 말한다."엄마 그런데 어떤 상황은 이해가 잘 안가." 밤에 잘 준비를 끝내놓고.. 2021. 4. 18.
초보 물집사 6일차 우리 가족이 주는 애정과는 다르게 물고기들은 우리집에 적응을 잘 못하는듯 하다.2일차에는 컬러구피 한 마리가 용궁으로 갔고...오늘, 6일차에는 그동안 부지런히 암컷을 따라다니던 수컷 골든 볼 라미네지마저 용궁으로 떠났다..... 구피 한 마리를 보낸것에 큰 상처를 받고는아침에 눈 뜨자마자 녀석들의 안부를 살폈었는데오늘 아침에는 저 라미네지 녀석의 상태가 심상찮았다.어제 저녁에 백점병이 의심되는 상태였는데, 그게 심하진 않았었는데불과 만 하루도 안되어서 떠나다니...ㅠ 수족관 사장님께 연락해보니백점병은 물고기들이 걸리는 감기같은 것이란다.데려온지 일주일은 안되었기에 수질 문제는 아닌 것 같고온도를 27도로 맞춰놓았던게 불찰이었을까. 하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에 맞추어 라미네지가 운명했다.아이와 함.. 2021. 3. 26.
무난한 하루의 감사일기 첫째가 일 년 넘게 키우고 싶어했던 물고기들을 데려오고. 둘째의 안과검진을 위해 다시 큰 병원엘 가고,안경을 맞추고. 나는 몸살이 나고.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건 아닌가 보건소에 전화하며 전전긍긍 했었는데 다행이 아니다. 며칠내내 아이들 잘 때 같이 자고 일어날때 같이 일어나며 9시간씩 수면을 취했더니 컨디션 회복이 빠르다. 아이가 6시부터 일어나서 이러고 물멍때리는 모습을 보는데,이게 뭐라고 일년을 넘게 해주지 못했나 싶었다. 막상 나도 귀여운 물고기들 보며 멍때리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녀석들이 귀엽고도 예뻐 날카롭게 모났던 나의 기분도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둘째는 안경쓰는데 거부감이 없다. 다행이다. 동네 병원에선 설명이 너무 미흡해서 상급병원으로 다시 갔던건데 너무 늦은건 아니라고, .. 2021. 3. 24.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아이의 건강검진 결과가 심란하다. 구강검진 후에는 충치와 과잉치 때문에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안과검진 후에는 더 심란해졌다. 난시가 심해서 안경을 써야한단다. 아이가 책을 볼때 가까이 들여다보는것은 아직 긴 줄글에 낯설어서 그런거라 여겼는데, 상상치 못한 아이의 나쁜 시력에 그 상태를 빨리 눈치채지 못한 내가 자책스러웠다. 사실 따지고보면 안경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고, 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뿐 아이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은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제 이후로 왜 이리도 심란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렇게 나약한 마인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나에 대해 깨닫게 되는 점은 나는 멀티태스킹이 좀 벅찬 사람이.. 2021. 3. 19.
비타민 하나 먹는건데, 나이 든 기분은 왜일까 학기 초라 더 그런가, 만성피로가 극에 달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고, 남편마저 슬슬 출근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덕에 피로함이 좀 줄어드나 싶었는데 예상 밖이다. 나는 아니라고 여겼는데 2학년, 7살 아이의 학기 초 적응 기간이 나에겐 상당히 긴장되고,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건가 싶다. 잠을 충분히 자도, 집안일을 (늘 그랬듯) 최소한으로 해도 몸이 천근만근. 안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짧은 검색 끝에 종합 비타민을 하나 시켜보았다. 이런저런 약 보다는 밥과 휴식이 보약이라 믿는 주의이고, 왠만하면 감기같은에도 잘 걸리지 않을 뿐더러 걸리더라도 가볍게 지나가기때문에 약을 잘 안먹는 나인데. 생리통으로 아랫배가 쥐어뜯겨 나가도 진통제는 1년에 한번 먹을까말까 한 나인데, 아 뭔가 지는 기분.. 2021. 3. 17.
더 저널리스트 ㅡ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라는 이름 말고 내가 그의 작품과 그의 관해서 아는것은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니, 없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등 유명 작품의 제목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정작 한권도 완독해본적은 없다. 헤밍웨이가 기자로서 북미와 유럽을 누비며 활약하고 특파원 자격으로 유럽의 전쟁과 사회상을 보도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저널리즘 작품만 선별해 국내에 소개하는 첫 시도다' ㅡ 엮고 옮긴이 김영진 설명대로 이 책은 헤밍웨이의 짧막한 (기자로서 쓴) 글들이 담겨져있다. 그가 전쟁터를 직접 누비면서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인간과 전쟁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그가 전쟁터에서 직접 찍은 전사자들의 충격적인 사진 몇 장이 실려져있다.. 2021. 3. 16.
아홉살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같이 시작되는 엄마의 걱정은비단 학습적인 부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생활 속에서 아이가 상처를 받는건 아닌지,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것은 아닌지.그 상황속에서 아이는 어떻게 잘 이겨내고 해결해나갈지 그 모든 과정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오늘 아이의 반에서 회장 선거가 있었다.내성적인 아이라 전혀 뜻이 없는줄 알았건만, 왠걸.아이는 일주일내내 회장선거 공약을 어떻게 발표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엄마와 아빠의 아이디어를 더해보았지만, 결론은 엄마 아빠의 도움없이 아이 자신의 생각대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어느것에도 뽑히지 못했다.하지만 친구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자신감을 가졌다는것에 큰 박수를 쳐주었다... 2021. 3. 15.
오늘도 뉴스를 보며 토론을 저녁시간. 남편과 회 한접시를 사서 소주를 곁들인다. 뉴스를 보면서. 온갖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진 뉴스의 내용들은 자연스레 남편과 나를 토론의 장으로 이끈다. 대화의 끝엔 언제나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즈음엔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을것인가 ㅡ가 제일 큰 화두로 떠오른다. 더 나은 세상이 올까. 좋은 세상의 기준이 무엇일까. 누군가는 집값이 오른것이 좋을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오른 집값이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이어질텐데. 누군가는 신도시 건설 예정지인 땅을 미리 살수 있어서 좋았을테고, 누군가는 그런 비리들을 보며 분노할텐데. 자본주의 시대는 저물지 않을것이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텐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야할 것인가. 현실적 사고를 지닌 남편과 이상적 사고를 지닌 .. 2021. 3. 12.
책 한권에 관한 짧지만 오래된 기억 유년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는것이 없다. 아주 단편적인것 몇가지만이 강렬하게 남아있을 뿐. 초등학교2학년, 내 기억속의 할아버지 담임 선생님(실은 할아버지가 아니셨겠지만)은아이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받아쓰기가 틀리면본인이 직접 만드신 납작한 회초리로 발바닥을 때리셨다. 발바닥 자극이 건강에 좋다며, 겁에 질린 아이들 얼굴이 귀엽다는듯 웃으시며 가볍게 찰싹찰싹.그리고 기억나는 또다른 한 장면,칠판에 커다랗게 써주셨던 한 외국 작가의 이름. '피에르 쌍소'. 아마 그 당시에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작가이었던가,무슨 말씀을 하시며 그 이름을 써주셨던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학교에 입학한 첫 해, 교내서점 구석진 곳 어느 책장에서 눈에 띄던 이름 '피에르 쌍소'.9살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잘 알지도.. 202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