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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곳으로 가자 올해 3월 발행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도서관 신착코너에 있던 책을 제목만 보고 덥석 들어 집에 빌려왔다. 정문정 작가는 베스트 셀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으로 유명하다. 제목만으로도 너무 익숙한 그 책을 나는 읽어보지는 않았었다. 가볍게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그러다 중간중간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멈칫,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종종 왔다. 나와 너무도 닮은 그 상황, 그 순간의 감정. '아, 나도 그랬었지' 하는 공감의 순간들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들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가성비만을 기준으로 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당장 적은 돈이나마 빨리 버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게 된다. 이런 압박감을 느끼며 자란 아이들은 무언가를 원할 때 과한 죄책감을.. 2021. 4. 27.
나도 편식할 거야 '앤'과 '삐삐'에 이어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 책.캐나다와 스웨덴에 각각 '앤'과 '삐삐'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정'이가 있다. 이 책은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서 거짓말 보태 수십번은 읽어 우리집 잠자리 독서의 2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뒷표지를 보면 제목이 왜 '나도 편식할 거야' 인지 짐작이 간다.아무거나 잘 먹어서 사랑받는 주인공.그런데 엄마가 맛있는 음식은 편식쟁이 오빠에게만 준다. 작가 소개에서 이미 팬이 되어 버렸다.이처럼 간결하고 솔직담백한 작가 소개라니.'그래서 [나도 편식할 거야]를 완성한 다음, 무척 행복했어요' 라는 말이 너무 가슴 따뜻하게 느껴진다. 된장찌개를 밥에 비벼먹는 감성.아, 이 문장이 첫 문장이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나. '아무거나 잘 먹어서 사랑받는다.. 2021. 4. 26.
개똥할멈과 고루고루 밥 얼마전 일곱 살 둘째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맛있더라." 나뭇가지?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뭐지? 잠시 생각해보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현준이는 고사리나물 반찬이 맛있었구나." 최근 입맛도없고 반찬하기 귀찮을때 나물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계란후라이 넣고 들기름 넣어서 쓱쓱 비빈 밥으로 저녁을 종종 떼우곤했다.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먹는 편이어서 간만 잘 맞춰주면 이렇게만 줘도 잘 먹곤 한다. 가끔씩은 잠자리 독서시간에 이 책을 보고나선 다음날 아침식사로 고루고루 밥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맛깔나보이는 비빔밥을 냠냠 먹는 개똥할멈과 동물 친구들. 나도 비빔밥을 매우 좋아한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둘, 셋이 같이 먹어도 맛있지, 그럼그럼. 여럿이 같이 먹을땐 커다란 양.. 2021. 4. 21.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 긴 말이 필요치 않은 책. 그림과 단 몇 마디의 짧은 글만으로도 커다란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책.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파랑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 책에는 '파랑'에 중의적 의미가 있다. 또 어떠한 물건이 주는 메시지도 있는데, 그림을 따라가며 발견하게되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 파랑에 대한 내용들은 한 소년과 반려동물의 시간의 흐름 순으로 펼쳐진다. 아기였던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속에 반려동물 '파랑'과 파란색의 추억들이 밝게 환하게, 혹은 짙게, 어둡고 쓸쓸하게 그려진다. 감동에는 여러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또 한번 깨닫는다. 나에게는 이 파랑의 순간들이 언제였었나 되돌아본다. 찰나와도 같지만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아름답고도 슬픈 순간들... 2021. 4. 20.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아홉살 첫째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고있다. 처음엔 만화 한국사를 조금 읽는가 싶더니, 과학만화도 슬쩍 본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며 '흔한남매' 만화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틀만에 만화책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작년까지 잠자리 독서로 꾸준히 읽어주었던, 낭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힐드리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밤을 너무도 싫어해서, 밤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싫어한다. '똘똘' 말아 넣어도 보고, '꽉꽉' 채워 넣어도 보고, '끙끙' 밀어 넣어도 보고, '꾹꾹' 눌러 담아도 보고. 할머니는 밤을 어떻게든 가둬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밤을 가위로 찰칵찰칵 잘라내어 어찌.. 2021. 4. 19.
꽝 없는 뽑기 기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그림책이라 해야할까 글책이라 해야할까. 제9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을 받은, 2020년 3월에 1쇄가 나온 비교적 신간이다.같은 해 9월에 벌써 7쇄까지 나오다니 꽤 인기있고 유명한 책이었나보다. 작년 한 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은것을 손에서 내려놨던 시기였다.그나마 간간히 내 책은 끊지않고 읽었지만 아이들 책은 비교적 소원해졌던 시기였던듯 하다.올해 첫째아이가 9살, 2학년이 되면서 아차 싶었다.내가 아이 책에 그동안 너무 소홀했구나 싶었던 지난 주, 몇권의 초등 저학년 책을 구매했다. 그 중 아이가 처음 손에 들었던 책이 이 책이다. 두 번 정도를 내리 읽고 난 아이가 말한다."엄마 그런데 어떤 상황은 이해가 잘 안가." 밤에 잘 준비를 끝내놓고.. 2021.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