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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이 이렇게 많아서야 미니멀리즘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어제는 다이어리 하나에 꽂혀서 책을 6권 주문하고... 오늘은 만년필 구경하다가 하루가 어물쩡 지나갔다. 다행히 만년필은 사지 않았다. 명품백, 명품화장품 관심없는게 어디냐며 남편에게 큰소리 치고는 하지만, 한동안 뜨개에 푹 빠져서 사 모았던 실들이 담긴 박스와, 오래전부터 사모으고 미처 쓰지는 못해 여기저기 가방에, 파우치에 꽉꽉 들어차있는 문구류들을 보면 나도 내가 퍽 한심하다. 지난주는 내 책 택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고 이번주는 아이들 책이 집안 곳곳 꽉 들어차있다. 남편이 오늘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다. 두 달동안 책 좀 그만사자ㅡ. 좀 미안하긴 하네. 책을 읽는 속도가 새 책을 들이는 속도를 따라잡질 못해서, 코딱지만한 집에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책이 쌓여간다... 2020. 11. 17.
돌봄노동자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아이들이 왔을때도 나는나의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순서대로 하고 싶은데,아이들로 인해 그 흐름이 툭. 툭. 끊길때 어찌나 속이 부글거리는지. 아, 그러고보니 오늘 낮잠을 못잤구나.그래서 내 몸이 이렇게 천근만근 짜증이 나는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새로 산 아이들 책을 정리하느라 낮잠 타이밍을 놓쳤었지 참.. 그것도 깨닫지 못한채 난 저녁준비를 하는 내내 또 한번 나의 저질 체력과 게으른 천성에 대한 고찰을혼자서 정신사납게 했었더랬다. 심란한 마음을 숨기고아침에 딸래미가 먹고 싶다했던 카레를 열심히 끓여 대령했는데둘째 녀석이 식탁에 앉자마자 한다는 말이,"웩. 나는 그냥 밥만 먹어야겠다." 였다.어휴 이걸 그냥."그럼 너는 좋아하는 반.. 2020. 11. 16.
어른의 그림책 1. 매월 첫째주 목요일.지역 공동체 모임의 정모일, 그림책 함께 읽는 날. 오늘의 그림책 낭독자 겸 진행자는 나였다. 내가 선정한 책은 '대추 한알'과 '부엉이와 보름달' 책을 선정하고 보니,작가가 시인이라는 점, 책 표지의 그림에 아빠와 자녀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점이 같았다. '대추 한 알'은 장석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에 멋진 시골풍경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다. 대추 한 알에서 우주를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저 시를 읽으며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그래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있구나.기쁜날도, 슬픈날도, 힘든날도 있겠지만 그것은 모두 그저 '그냥' 일어나는 일일 뿐.묵묵히 견디고 이겨내다 보면 언젠가는 멋지고 .. 2020. 11. 5.
어떻게 '잘' 키워야 할까 ㅡ 딸 이야기&아들 이야기 # 딸 그룹 과외를 받고 있는 영어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단다. 어쩐지 수업끝나고 오는 얼굴이 어둡더라니. 오후에 선생님께 온 메시지를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내성적 성향이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약간 다그치기라도 하면 금세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었다. 이제 여덟살이 된 아이는, 예전보다는 많이 외향적이 되었다. 학교에 다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각 예,체능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더 활발해진 것 같다. 내성적이었던 아이의 성향에 대해서는 왠만큼 걱정을 내려놔도 되겠다 싶었는데 왠걸, 영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고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모르는 것이 있는데도 묻지도 않고, 대답도 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랬다.. 2020. 11. 4.
페스트 - 알베르 카뮈 무려 한달하고도 열흘이 걸렸다. 올해가 가기전에 꼭 완독하리라 다짐했던 약속은 지켰다. 나는 이 소설을 왜 읽으려 했을까. 무얼 기대했던 것일까. 지금의 우리 시대상황과 맞물려 굉장히 흥미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40년대 프랑스의 오랑 시에서 벌어진 일들을 의사 베르나르 리유가 서술한 글이다. 서술자가 마치 그 자신이 아닌듯 하였지만, 리유가 아니고서는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 그가 아니고서는 알수 없었을 사실들로 인해 서술자의 정체가 암시되고, 결국 말미에서 정체가 밝혀진다. 내가 처한 상황과 다른 시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해 몰입도 어려웠다. 쥐가 죽어나가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집.. 2020. 10. 30.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 by 이슬아 작가 https://www.youtube.com/watch?v=dr6z0JdcxbI 어제 보게된 세바시 영상. 작가 이슬아의 15분 강연이다. 글쓰기는 늘 나에게 부담스러운 존재. 그렇지만 잘 하고 싶고, 가까이 하고싶은 습관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듣고 다시금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좋은 글을 더 많이 읽고, 나 또한 언젠가는 좋은 글을 많이 써보고 싶다. 주어가 꼭 '나'가 아니어도 된다는것을 왜 몰랐을까.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써보자. 요즘 운동을 습관화 하는것에 성공적이 되어가는 듯이 글쓰기도 자꾸 이렇게 끈을 놓지 않다보면 언젠가는 습관이 되리라. 일단은 독서기록부터 부지런히 해야겠다. 읽고, 필사하는것에 그치지말고 이 공간에도 빼놓지 않고 기록을 올려놓아야겠다. 나에 대한.. 202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