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그룹 과외를 받고 있는 영어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단다.
어쩐지 수업끝나고 오는 얼굴이 어둡더라니.
오후에 선생님께 온 메시지를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내성적 성향이었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약간 다그치기라도 하면 금세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었다.
이제 여덟살이 된 아이는, 예전보다는 많이 외향적이 되었다.
학교에 다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각 예,체능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더 활발해진 것 같다.
내성적이었던 아이의 성향에 대해서는 왠만큼 걱정을 내려놔도 되겠다 싶었는데 왠걸,
영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고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모르는 것이 있는데도 묻지도 않고, 대답도 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랬다.
(특히 다른 친구들은 다 정답을 맞힌 상황에서 그랬다고 한다.)
며칠 전 아이의 학습 습관에 대해서 약간의 지적을 받고 난 뒤라 더 불편했다.
아이에게 공부의 중요성은 여러차례 말해왔었다.
하지만 아직은 힘들게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아이도 스스로 하는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
흔들렸다.
아이가 정작 찐하게 공부해야 할 날이 올 때, 그 때를 위해서 에너지를 비축해두고
지금은 마음껏 놀고싶어하는 만큼 놀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많이 흔들렸다.
아이와 함께 학습 스케줄표를 짰다.
이틀째인 오늘, 보기좋게 달성률 100%를 이루지 못했다.
속상하기보단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실 저 나이의 아이에겐 자유롭게 빈둥거릴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여기는데,
아이의 스케줄 상 학습스케줄 표대로 하려면 빈둥거릴 시간을 허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오로지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
아이가 현재도, 미래에도 행복하길 바란다.
현재만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쉽다.
그러나 현재만 행복을 누리게 하다가 미래의 행복을 포기하게 되어버릴까 걱정된다.
어젯밤, 초등아이를 대상으로 한 육아서, 지침서를 읽었다.
앞으로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아 주문한 두 권의 책이 오늘 도착했다. 더 읽어봐야겠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들
오늘 여섯 살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상담이 있었던 날이다.
20분간의 짧은 시간동안 선생님은 엄마인 나에게 최대한으로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주어야 하셨으리라.
아이의 장점.
긍정적이고, 밝고, 구김이 없고, 예쁜 말을 잘 하고.... 등등등.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아이의 고쳐야 할 점.
너무 자유로운 영혼이다 보니 집중이 쉽지가 않고, 수업시간에 산만함도 보인단다.
그러다보니 옆의 친구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그로인해 식습관도 안좋았던 것이었다.
얼렁뚱땅 제멋대로인 아이.
나는 아이가 어려서 그냥 그러려니 여기고, 한 해 두 해 커가면 자연스레 고쳐질 줄로 알았다.
식습관도 그럴거라 여겼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것을 감안하더라도, 또래 아이에 비해 너무 아기같다고 하신다.
내가 너무 아이를 내버려놨었나.
혼내지 않았던것도 아닌데.
그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 표현을 많이 한 것 뿐인데,
그 사이에 아이가 어엿한 형님으로 클 기회를 빼앗았던 것일까.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얘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의논해보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마음 한켠엔 지금 그대로의 내 아이를 기다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엉뚱한 아이로...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아이로.
다만,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는 주어야 하겠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더 어렸을때는 육아가 그저 힘들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힘든 일들은 하나 둘씩 줄어드는데,
어려운 일은 하나 둘씩 더 늘어난다.
아이들을 행복한 어린이로,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우고 싶다.
엄마인 내가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나의 성장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그러는동안, 아이들의 성장에는 등한시 하지 않았었나.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육아서들을 다시 읽어야겠다.
지금도 내가 욕심내고 있는 책들은 다 소화하고 있지 못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싶은것 또한 나의 욕심이므로,
내가 쓸 수 있는 힘 분배를 잘 해야하겠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엄마로서의 일들도 잘 해낼 수 있도록.
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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