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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새롭게

돌봄노동자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by 케롤린 2020. 11. 16.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아이들이 왔을때도 나는

나의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순서대로 하고 싶은데,

아이들로 인해 그 흐름이 툭. 툭. 끊길때 어찌나 속이 부글거리는지.

 

아, 그러고보니 오늘 낮잠을 못잤구나.

그래서 내 몸이 이렇게 천근만근 짜증이 나는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새로 산 아이들 책을 정리하느라 낮잠 타이밍을 놓쳤었지 참..

 

그것도 깨닫지 못한채 

난 저녁준비를 하는 내내 또 한번 나의 저질 체력과 게으른 천성에 대한 고찰을

혼자서 정신사납게 했었더랬다.

 

심란한 마음을 숨기고

아침에 딸래미가 먹고 싶다했던 카레를 열심히 끓여 대령했는데

둘째 녀석이 식탁에 앉자마자 한다는 말이,

"웩. 나는 그냥 밥만 먹어야겠다." 였다.

어휴 이걸 그냥.

"그럼 너는 좋아하는 반찬이 뭔데?" 딸아이가 물었더니 한다는 말이,

"생당근, 김, 소금."

웃겨서 화가 났던 마음이 쑥 들어간다.

그래, 오늘 저녁도 또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너희들은 여전히 아직 어린 아가들이구나.

 

 

돌봄노동의 끝은 어디 일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가늠하기 힘들겠다.

생각해보니 나는 결혼, 출산 이전에도 아팠던 엄마를 돌보느라 내 20대의 몇년을 보냈었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다 끝나고나면

허리가 아픈 시어머니를, 체력이 다한 우리 엄마를 돌봐야 하는 몫이 나에게 지워지리라는 각오를 하고 있으니.

삶의 대부분을 나를, 남을 돌보는 일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그저 틈틈이 잘 쉬도록 하자.

부지런한 엄마가 못되어주는 것에 자책하지 말고.

나를 잘 돌보아야 남도 잘 돌볼 수 있으니.

 

하루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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