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진이, 지니].
[내 심장을 쏴라], [종의 기원] 이후
정유정 작가의 책은 세 번째이다.
작년에 읽었던 두 권의 책들이 다 좋았기에
이번에도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에 대한 사전 정보 전혀 없이,
책 뒤표지에 있는 추천사를 보고 얼핏 알게 되었다.
아, 동물이 나오는구나.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은 보노보이다.
보노보 - 영장목 성성이과의 포유류
피그미침팬지(Pygmy chimpanzee)라고도 한다. 몸길이 70∼82㎝, 몸무게 30∼40㎏이다. 1929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침팬지의 한 아종이었으나 1933년 독립된 종으로 분류되었다.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다리가 길고, 어깨와 가슴 폭이 좁으며, 머리털이 길고 양쪽으로 갈라진다. 얼굴은 검은 편으로 이마가 높으며, 귀가 작고, 입과 턱부분이 덜 튀어나왔다. 털은 검은색이며, 꼬리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반점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노보 [Bonobo] (두산백과)
그렇단다.
보노보라는 동물에 대해 처음 알게되었는데, DNA가 사람과 가장 흡사한 동물이라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을 파악하느라 소설 초반에 조금 헤맸었고,
치밀한 묘사를 따라가느라 약간 피곤함을 느껴 빠르게 훑고 지나간 부분도 있다.
페이지의 3분의 1이 다 되어간다 느낄때쯤엔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설마, 하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한동안은 당황스러웠다.
ㅡ 정말? 작가가 이렇게 스토리를 만든거 맞아?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 다음부터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틈나는대로 열심히 페이지를 넘겼다.
가족과의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도 있었고(민주와 그 가족들과의 장면)
눈물 쏙 빠지게 웃겼던 장면도 있었다.(민주와 아버지의 상품권 딜 장면)
"아버지의 지갑이 열리기까지 족히 5분은 걸렸을 것이다. 한숨 한번 쉬고, 내 얼굴 한 번 보고. 상품권 한 번 보고, 한숨 한 번 쉬고. 지갑 한 번 열어보고, 한숨 한 번 쉬고."
가슴 저리게 아파서 눈물이 났던 장면도 있었다.
" '진이에게'로 시작된 편지는 어머니다운 당부를 담고 있었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너는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짧게 작별하자고 했다. 3일장을 치르지 말고 곧장 화장해서 바다로 보내달라고 했다. 당신을 위해 울지 말라고 했다. 연민하지도 말라고 했다. 그것은 죽을힘을 다해 살았던 당신 삶에 모독이라고 했다. 대신 당신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내 딸이어서 미안했고, 내 딸인게 고마웠다고 했다. "
나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에 담았다.
(초점을 '죽음'에 맞춰본다면 이야기를 위해 작가가 보노보라는 동물을 등장시킨것은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긴 하다.)
" 누구에게든 세상에 작별을 고할 때가 찾아온다. 작별하는 태도도 제각각일 것이다. 죽음을 부정하다 죽거나, 죽음을 채 인식할 새도 없이 죽거나, 죽음에 분노하며 죽거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죽거나, 어머니처럼 홀로 죽음을 맞거나. 아무래도 나는 끝까지 떨다가 죽을 모양이었다. " (진이)
"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 (민주)
"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온다.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 " (작가의 말 ㅡ 정유정)
죽음을 맞닥뜨리기 직전까지는 '죽음'을 떠올리는 순간마다 나는 서글퍼질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아파하고,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 없음이 더 마음 아플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에 더 미안하고 더 슬프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사랑하며, 그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 얼마나 나를 사랑했나.
나는 오늘 얼마나 내 가족들을 사랑했나.
그 사랑의 표현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진 않았나.
후회없이 치열하고,
후회없이 쉬고,
후회없이 사랑하자.
그렇다 해도 결정적 순간이 되면 어떻게든 후회는 남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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