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할멈과 고루고루 밥
얼마전 일곱 살 둘째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맛있더라."
나뭇가지? 나뭇가지처럼 생긴 반찬이 뭐지?
잠시 생각해보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현준이는 고사리나물 반찬이 맛있었구나."
최근 입맛도없고 반찬하기 귀찮을때
나물 이것저것 조금씩 넣고 계란후라이 넣고 들기름 넣어서 쓱쓱 비빈 밥으로 저녁을 종종 떼우곤했다.
우리 아이들은 채소를 잘 먹는 편이어서 간만 잘 맞춰주면 이렇게만 줘도 잘 먹곤 한다.
가끔씩은 잠자리 독서시간에 이 책을 보고나선
다음날 아침식사로 고루고루 밥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맛깔나보이는 비빔밥을 냠냠 먹는 개똥할멈과 동물 친구들.
나도 비빔밥을 매우 좋아한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둘, 셋이 같이 먹어도 맛있지, 그럼그럼.
여럿이 같이 먹을땐 커다란 양푼에 한꺼번에 비벼 밥그릇에 덜어서 먹어도 맛있다.
어린 반달곰이 멀리서 풍겨오는 고소한 밥냄새에 취한다.
냄새를 따라 내려간곳은 개똥할멈네 밭.
할머니는 밭일을 하다 새참으로 가져온 고루고루밥을 골고루 비벼 맛나게 먹는 중이다.
아, 그림만 봐도 맛이 상상되어서 침이 고인다.
반달곰의 저 표정은 아이들과 한참을 배꼽잡고 웃는데 한 몫 한다.
고루고루밥을 노리고 있던 반달곰은 개똥할멈이 손자 개똥이를 데리러 간 틈을 타 냉큼 밥그릇을 차지한다.
고루고루밥을 허겁지겁 먹는 반달곰.
"음음 꿀맛이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야!"
아이들 돌 지나고 유아식 시작하던 무렵이 생각난다. 각자의 식판에 밥을 차려주면 숟가락은 내팽개치고 저렇게 손으로, 온 얼굴로 식사를 하곤했던 나의 아이들.
냄새를 맡고 쫓아온 다른 동물 친구들에게도 고루고루밥을 나눠주는 반달곰.
하지만 조금씩 맛만 본 동물 친구들은 너무너무 아쉽다.
다음날, 고루고루밥의 출처를 알고있던 동물 친구들은 우르르 개똥할멈네 밭으로 몰려간다.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영문을 알 턱이 없던 개똥할멈과 개똥이는 뒤늦게야 동물들의 요구사항을 알아채고,
다함께 모여앉아 고루고루밥을 비벼 맛있게 나눠먹는다.
동물친구들의 귀여운 모습과 고루고루 밥을 다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이 아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길때쯤
배가 고파진다. 비빔밥이 갑자기 마구 먹고 싶어진다. 없던 입맛도 비빔밥 한그릇이면 뚝뚝 해결될듯 하다.
아이들에게 채소를 골고루 먹이려고 볶음밥에 채소를 많이 넣어 먹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부터는 볶음밥 보다는 비빔밥을 더 자주 먹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나서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비빔밥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비빔밥 말고도 우리나라의 다른 전통음식들은 무엇이 있는지 얘기도 나누게 된다.
한 시간 후면 오후 6시, 저녁시간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비빔밥이 너무 먹고싶은데 집에 재료가 없어서 너무 속상할 뿐이다.
비빔밥 혹은 고루고루밥. 작가님은 '고루고루밥'이라니 이름도 어찌 이렇게 예쁘게 지었는지.
어쨌든, 내일은 꼭!! 해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