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우리 공동체 이번달 그림책모임의 두번째 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ㅡ 가브리엘레 클리마 글,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 그림, 그린북
아이의 마음 안에는 사자가 있단다.
뒷표지에는,
다른이들의 마음 속에는 누가 살고있는지 묻는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답니다.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첫 페이지에 의미심장하게 아무 그림도 없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저 세 줄의 글은
그동안 육아서에서 참 많이 읽어왔던 내용이다.
모든 아이는 다르다.
그림체가 너무 사랑스럽다.
저 따뜻한 그림들 안에 많은 아이들이 담겨있다.
고양이 같은 아이, 물고기 같은 아이, 파리 같은 아이.
토끼, 거북, 사자, 원숭이, 나비, 도마뱀, 두더지, 곰, 뱀장어, 고슴도치, 황소 같은 아이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아이들이 고양이였다, 물고기였다, 거북이였다, 나비였다, 곰이 된다.
가슴이 저릿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데
나는 또 매일마다 그 사실을 잊고
우리 애는 왜 저럴까, 나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에는 누가 살고있는지도 보인다. 도마뱀도 있고 두더지도 있고, 고슴도치도 있다.
'나는 이 세상에 왜 왔을까?' 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살아오던 중,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엄마는 왜 우리를 낳았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물을때는 그렇게 답이 구해지지 않더니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묻자 답이 명확해진다.
'함께 행복하려고.'
'아가, 엄마는 너희들하고 행복하려고, 너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낳았지.'
이 책의 작가는 계속 말해준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물고기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해요.
아이가 안심하고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세요."
"파리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앵앵거리는 소리에도 가끔씩 귀 기울여 주세요."
아이의 행복을 말하고,
나는 나의 행복까지 더해서 찾고.
읽는 내내 그림속의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럽더니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인류애가 발동한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걸 느낀다.
곁을 내어주고, 기다려주고, 귀 기울여주고, 손 내밀어주고.
이마저도 너무 벅차다 느낄땐
하루 한가지씩만 하면 되겠지.
오늘은 곁을 내어주기, 내일은 기다려주기.
모든 아이는 다르다.
또 아이의 내면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내가 그 모든 모습들을 이해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기.
아이도 나도 함께 행복하기.
이렇게 오늘도 종이 한 장 만큼이나마 성숙한 엄마가 되어간다.
그나저나
우리 둘째는 내가 귀를 너무 가끔씩만 기울여주어서 하루종일 앵앵거리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