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새롭게

물욕이 이렇게 많아서야

케롤린 2020. 11. 17. 23:25

미니멀리즘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어제는 다이어리 하나에 꽂혀서 책을 6권 주문하고...

오늘은 만년필 구경하다가 하루가 어물쩡 지나갔다. 다행히 만년필은 사지 않았다.

 

명품백, 명품화장품 관심없는게 어디냐며 남편에게 큰소리 치고는 하지만,

한동안 뜨개에 푹 빠져서 사 모았던 실들이 담긴 박스와,

오래전부터 사모으고 미처 쓰지는 못해 여기저기 가방에, 파우치에 꽉꽉 들어차있는 문구류들을 보면

나도 내가 퍽 한심하다.

 

지난주는 내 책 택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고

이번주는 아이들 책이 집안 곳곳 꽉 들어차있다.

남편이 오늘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다.

두 달동안 책 좀 그만사자ㅡ.

좀 미안하긴 하네.

책을 읽는 속도가 새 책을 들이는 속도를 따라잡질 못해서,

코딱지만한 집에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책이 쌓여간다.

 

요즈음은 읽고 싶은게 너무 많아 오히려 뭐부터 읽어야할지 고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에 새 책을 잔뜩 쌓아놓고도

습관처럼 도서관에서 몇권씩 또 책을 빌려온다.

기한내에 읽어서 반납하려고 가지고 있는 책들은 또 뒷전이다.

 

이 강박을 어찌하면 내려놓을까.

복직을 이미 오래전 마음속에서부터 내려놓은 이후로, 나는 뭐라든 해야한다는 생각에

독서에 대한 강박이 더 심해진것 같다.

이대로 전업주부로 평생을 살기엔 너무 싫었기에, 

아이들이 내 손을 덜 필요로 하는 날엔 나도 기필코 집 밖으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 크다.

올 초, 사직서를 내고 오면서 그 강박이 한층 심해진 듯 하다.

 

아, 결국 나의 물욕도 이런 강박에서 더 커지고 있는 것인가.

의식의 흐름이 어째서 이렇게 흘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물욕은 아~주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지. 그게 다만 비싸고 좋은 것들에대한 것이 아니었을 뿐.

 

 

그만 사자.

공부를 위한 준비는 이만 하면 됐다. 문구류든, 책이든.

사는 건 멈추고 이제 그냥 부지런히 쓰고, 읽으면 된다.

 

갑자기 공부에 대한 열의가 막 불타오르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늦었네.

남편이 파전에 막걸리로 꼬시는 바람에 오늘 내 저녁은 이렇게 물렁물렁하게 흘러가버렸네.

 

내일부터 하자. 

물욕 버리기, 가진것으로 충분히 누리기, 독서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하기.